생계비계좌 250만 원은 통장마다가 아닙니다: 현금·예금 합산과 이미 걸린 압류

통장이 압류되면 카드값만 멈추는 것이 아닙니다. 월급이 들어와도 찾아 쓸 수 없고 자동이체가 줄줄이 밀립니다. 올해 2월 1일에 생긴 생계비계좌는 그 상황을 막으려고 만든 계좌입니다. 이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은 월 250만 원까지 압류되지 않습니다. 쓰는 사람도 빠르게 늘어, 법무부가 밝힌 6월 23일 기준 개설 건수는 53만 1,174개입니다.

그런데 안내 문구만 보고 움직이면 두 군데서 어긋납니다. 250만 원은 이 계좌 하나에 따로 붙는 한도가 아니라 집에 둔 현금과 다른 통장 잔액까지 합쳐 한 번만 쓰는 총액이고, 이미 압류가 걸려 있다면 지금 계좌를 만들어도 그 압류는 풀리지 않습니다. 순서대로 짚겠습니다.

250만 원은 세 곳이 나눠 쓰는 한 칸입니다

민사집행법은 생계비를 세 군데로 나눠서 지킵니다. 집에 둔 현금(제195조 제3호), 생계비계좌에 넣은 예금(제246조 제1항 제8호), 그 밖의 예금(같은 항 제9호)입니다. 그리고 민사집행법 시행령 제2조와 제7조는 앞의 둘을 뺀 나머지만 보호한다고 못박아 두었습니다. 셋을 더해서 250만 원이라는 뜻입니다.

돈이 있는 곳 근거 압류되지 않는 금액
집에 있는 현금 제195조 제3호 250만 원에서 아래 두 칸을 뺀 나머지
생계비계좌 예금 제246조 제1항 제8호 들어 있는 전액. 계좌 자체가 250만 원까지만 받습니다
그 밖의 예금·적금 제246조 제1항 제9호 250만 원에서 위 두 칸을 뺀 나머지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 생계비계좌에 250만 원을 꽉 채워 두면, 다른 통장에 남은 돈에는 압류금지 몫이 한 푼도 남지 않습니다. 반대로 생계비계좌에 100만 원만 넣어 두었고 집에 현금이 없다면, 나머지 통장들은 150만 원까지 지켜집니다.

'그 밖의 예금'을 계좌별로 세지 않는다는 점도 같이 알아 두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24년 2월 8일 2021다206356 판결에서 시행령이 말하는 '개인별 잔액'은 어느 한 계좌의 잔액이 아니라 각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본인 명의 예금을 모두 합친 금액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통장을 여러 개로 쪼개 두어도 보호받는 총액은 그대로입니다.

월급 압류는 이 250만 원과 따로 셉니다

여기까지는 이미 통장에 들어와 있는 돈 이야기입니다. 회사가 아직 주지 않은 월급에 걸리는 압류는 별도의 칸으로, 위 250만 원과 서로 깎지 않습니다. 기본은 급여채권의 2분의 1이 압류금지이고, 그 금액이 월 250만 원에 못 미치면 250만 원까지 올려 주고(시행령 제3조), 너무 커지면 상한을 둡니다(제4조).

월 급여액 압류할 수 없는 금액 압류될 수 있는 금액
250만 원 이하 전액 없음
300만 원 250만 원 50만 원
500만 원 250만 원 250만 원
600만 원 300만 원 300만 원
700만 원 325만 원 375만 원

같은 구간표가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도 올라와 있습니다. 월 250만 원 이하로 받는다면 급여채권 자체는 통째로 압류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월급이 통장에 들어온 다음입니다. 입금되는 순간 성격이 예금으로 바뀌어 위의 250만 원 한 칸 안으로 들어옵니다. 월급 통장을 생계비계좌로 옮겨 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도로변에 자리한 KB국민은행 지점 건물의 외관
생계비계좌는 시중은행·지방은행·인터넷전문은행과 저축은행,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우체국에서 열 수 있습니다. 사진 LandAndTree, Wikimedia Commons, CC0

만들 때 실제로 걸리는 것들

개설 조건 자체는 까다롭지 않습니다. 소득 요건도 채무 요건도 없고, 법무부 안내대로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걸림돌은 다른 데 있습니다.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 한 사람에 한 개입니다. 은행은 계좌를 열기 전에 신용정보원에 다른 곳의 생계비계좌가 있는지 조회해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246조의2 제2항, 시행령 제8조 제5항). 그래서 이 조회 전산이 쉬는 날에는 개설도 해지도 안 됩니다. 우리은행은 일요일과 공휴일을 뺀 월~토 07시~22시, 카카오뱅크는 같은 요일에 07시 10분~21시 50분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가 여기 그대로 걸립니다. 9월 24일 목요일부터 26일 토요일까지가 공휴일이고 27일은 일요일이라,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은 생계비계좌를 새로 만들 수 없습니다. 9월 23일 수요일까지 끝내거나 28일 월요일 이후로 미뤄야 합니다.

한도를 넘겨 송금하면 일부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전액이 막힙니다. 잔액도 월 누적 입금액도 250만 원이 상한인데, 지금 구조에서는 상한을 넘는 돈이 들어오면 그 송금 전체가 입금 불능으로 처리됩니다. 법무부도 이 점을 문제로 짚으면서, 월급이 250만 원을 넘는 사람은 다른 계좌로 받은 뒤 남은 한도만큼만 따로 넣거나 월급을 두 계좌로 쪼개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자 때문에 한도를 넘게 되더라도 그 이자는 그대로 지급됩니다(시행령 제8조 제3항).

해지에도 조건이 있습니다. 카카오뱅크 안내 기준으로 자동이체 같은 결제성 거래를 모두 풀어야 해지할 수 있고, 해지한 달에는 다시 만들 수 없습니다.

이미 압류가 걸려 있다면 계좌를 만들어도 풀리지 않습니다

여기가 가장 많이 어긋나는 지점입니다. 생계비계좌는 앞으로 들어올 돈을 지키는 장치이지 이미 걸린 압류를 푸는 장치가 아닙니다. 게다가 금액 기준도 다를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시행령 부칙은 상향된 금액이 2026년 2월 1일 이후 접수되는 압류명령 신청사건부터 적용된다고 정했습니다. 그 전에 접수된 압류라면 압류금지 금액은 여전히 185만 원입니다. 작년에 걸린 압류에 올해 만든 계좌와 250만 원을 그대로 들이밀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한 가지는 갈릴 수 있습니다. 법률 부칙은 제246조 제1항의 개정 규정을 시행 이후 최초로 접수된 '압류명령 신청 및 취소사건'부터 적용한다고 적었습니다. 금액을 정한 시행령 부칙이 압류명령 신청사건만 언급한 것과 문구가 다릅니다. 그래서 시행 후에 새로 낸 취소 신청에서 생계비계좌 조항을 어디까지 끌어 쓸 수 있는지는 사건마다 달리 판단될 수 있고, 상담할 때 먼저 물어볼 대목입니다.

이미 압류가 걸린 쪽이 쓸 수 있는 길은 따로 있습니다.

춘천지방법원 청사 건물의 전경
압류 범위를 바꿔 달라는 신청은 압류명령을 낸 집행법원에 합니다. 사진은 춘천지방법원 청사. 사진 Twotwo2019, Wikimedia Commons, CC BY 4.0

첫째, 급여나 연금이 통장에 들어와 묶였다면 법원이 풀어 주어야 합니다. 민사집행법 제246조 제2항은 부양료, 급여채권, 퇴직금, 주택임대차 최우선변제금, 보장성 보험금처럼 같은 조 제1항 제1호부터 제7호까지에 해당하는 돈이 통장으로 이체된 경우, 채무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그 부분의 압류명령을 취소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법원의 재량이 아니라 의무입니다.

둘째, 그 밖의 사정은 범위변경 신청으로 다툽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생활형편 등을 고려해 압류명령의 전부나 일부를 취소해 달라고 신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른바 압류금지채권 범위변경 신청이고, 압류명령을 낸 집행법원에 냅니다.

셋째, 취소 결정을 반드시 먼저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의 2021다206356 판결은, 압류금지 범위 안의 예금이라며 은행을 상대로 예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범위변경 신청에 따른 취소 결정을 사전에 받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다만 같은 판결은 압류금지 범위 안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은 예금주 본인에게 있다고도 못박았습니다. 실제로 그 사건에서는 계좌정보통합조회 내역과 입출금 내역만으로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원심이 파기됐습니다. 모든 금융기관의 잔액을 합쳐 따지는 기준이기 때문에, 자료를 어디까지 모아 내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압류까지 가기 전에 상환 계획을 다시 짜는 쪽이라면, 내 대출 금리가 언제 바뀌는지 정하는 코픽스 기준을 먼저 확인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2027년 1월부터는 넘치는 돈이 자동으로 옆 통장으로 갑니다

한도를 넘기면 전액이 막히는 불편은 이미 고치는 중입니다. 법무부는 2026년 7월 24일 분리송금 제도를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본인 명의의 요구불예금계좌 하나를 '관리계좌'로 지정해 두면, 생계비계좌로 들어오는 돈 가운데 한도까지는 생계비계좌로, 넘는 부분은 관리계좌로 자동으로 나뉘어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시행 예정일은 2027년 1월 1일이고, 기존 이용자는 약관 갱신과 관리계좌 지정을 거쳐야 쓸 수 있습니다. 관리계좌를 지정하지 않았거나 그 계좌가 정상 거래 상태가 아니면 초과분만 반환되는 것이 아니라 보낸 돈 전액이 되돌아갑니다. 아직 입법예고 단계라 최종 조문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행복지킴이통장과는 다른 계좌입니다

기초생활수급비나 기초연금, 실업급여를 받는 통장으로 쓰던 압류방지 전용통장이 이미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흔히 행복지킴이통장, 국민연금 안심통장 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계좌입니다. 이 통장들은 법이 정한 특정 수급금만 넣을 수 있습니다. 은행 상품 설명에도 압류금지 수급금 외에는 입금할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생계비계좌는 반대로 돈의 출처를 따지지 않습니다. 월급이든 사업 수입이든 가족이 보내 준 돈이든 넣을 수 있고, 대신 250만 원이라는 한도가 붙습니다. 그리고 법이 개설 전에 조회하라고 한 것은 다른 금융기관의 '생계비계좌'뿐이어서, 전용통장을 이미 갖고 있다는 이유로 생계비계좌가 막히도록 정해 두지는 않았습니다. 실제 개설 가능 여부는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확인하는 편이 확실합니다.

그래서 지금 할 일

압류를 아직 겪지 않았다면 생계비계좌를 먼저 만들어 두는 쪽이 유리합니다. 압류가 들어온 뒤에 만들면 그 압류에는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들 때는 생활비가 들어오고 나가는 주거래 은행에 여는 편이 낫고, 월급이 250만 원을 넘는다면 2027년에 분리송금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급여 통장을 통째로 옮기지 말고 일부만 넣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이미 압류가 걸려 있다면 순서가 반대입니다. 압류명령이 언제 접수됐는지부터 확인해 185만 원 기준인지 250만 원 기준인지 가른 다음, 통장에 들어온 돈이 급여나 연금처럼 제246조 제1항 제1호부터 제7호까지에 해당하는지 봅니다. 해당한다면 법원에 취소를 신청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혼자 판단하기 어려우면 대한법률구조공단 같은 무료 법률지원 창구를 먼저 찾는 편이 낫습니다.

계좌 개설이 막히는 연휴 나흘에도 카드값과 대출 이자는 예정대로 빠져나갑니다. 추석 연휴의 출금일과 입금이 밀리는 항목을 함께 맞춰 두면 잔액이 비는 날을 피할 수 있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