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몰래 녹음, 내가 대화 당사자면 처벌 안 됩니다: 빠진 대화 녹음은 벌금 없이 징역
상대가 모르게 녹음을 하려 한다면 먼저 한 가지만 따져 보세요. 내가 그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고 있는가입니다. 내가 전화를 받거나 걸어서 나눈 통화, 내가 앉아 있는 자리에서 오간 말은 상대 몰래 녹음해도 통신비밀보호법의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반대로 내가 빠진 다른 사람들끼리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기계로 엿들으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함께 받을 수 있고, 이 죄에는 벌금형이 없습니다.
9월 26일에는 배우자 차량 조수석 밑에 녹음기를 붙여 배우자와 내연 관계로 의심한 남성의 통화를 녹음한 30대에게 창원지법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이혼소송 증거를 모으려던 것이었지만, 재판부는 동기가 무엇이든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공개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봤습니다.
녹음해도 되는 경우와 안 되는 경우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는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서 ‘타인’을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 기준으로 읽습니다. 그래서 같은 녹음 버튼이라도 누가 눌렀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 상황 |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 근거 |
|---|---|---|
| 내가 한 통화를 상대 몰래 녹음 | 아님 | 대법원 2002도123 |
| 셋이 나눈 대화를 그중 한 명인 내가 녹음 | 아님 | 대법원 2006도4981 |
| 통화 당사자 한 명의 동의만 받고 제3자가 통화를 녹음 | 위반 | 대법원 2002도123 |
| 상대가 전화를 끊지 않고 내려놓은 뒤 들려오는 다른 사람들 대화를 녹음 | 위반 | 대법원 2013도15616 |
| 배우자 차나 방에 녹음기를 두고 내가 없는 사이의 통화·대화를 녹음 | 위반 | 제3조 문구, 위 창원지법 판결 |
| 아이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실에서 교사가 한 말을 녹음 | 위반(증거로도 못 씀) | 대법원 2020도1538 |
표의 위쪽 두 줄과 아래쪽 네 줄을 가르는 것은 녹음한 사람이 그 자리의 대화 상대였는지 하나입니다. 상대가 녹음을 몰랐다는 사정, 녹음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이 판단을 바꾸지 않습니다.
통화 당사자 한쪽이 “녹음해도 좋다”고 허락했더라도, 녹음하는 사람이 통화에 끼지 않은 제3자라면 다른 한쪽의 동의가 없는 한 위반입니다. 2002도123 사건은 이용원 주인이 경쟁 미용실을 고발하려고 지인에게 전화를 걸게 하고 그 통화를 녹음한 경우였습니다.
2013도15616 사건에서는 통화를 마친 상대가 휴대폰 종료 버튼을 누르지 않고 탁자에 올려 두었고, 전화를 건 쪽이 그 사이 오간 다른 사람들의 대화를 그대로 들으며 녹음했습니다. 처음 통화의 당사자였어도 그 뒤의 대화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니 제3자라는 판단이었습니다. 녹음한 사람은 기자였지만, 대법원은 보도 목적이었으니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여러 사람이 들었어도 ‘공개된 대화’는 아닙니다
“교실에는 학생이 30명이나 있었으니 공개된 발언 아니냐”는 주장도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2020도1538 판결(2024년 1월 11일)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말이 비밀이라는 뜻이 아니라 일반 공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봤습니다. 출입이 통제되는 교실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말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것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같은 판결은 부모도 제3자라고 봤습니다. 아이의 친권자이자 법정대리인이어도 부모는 아이와 별개의 사람이고, 교사의 수업 중 발언의 상대방이 아니었다는 이유입니다. 아이를 지키려는 목적이 분명했던 사건이었지만 결론은 같았습니다.
몰래 녹음한 파일은 증거로도 쓰기 어렵습니다
제14조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로 청취하는 것을 다시 한 번 금지하고, 제2항에서 불법 감청의 증거 사용을 막는 제4조를 이 녹음에도 적용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얻은 대화 내용은 재판이나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쓸 수 없습니다. 2020도1538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쓸 수 없다며 유죄로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처벌은 녹음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제16조 제1항은 불법 녹음으로 알게 된 대화 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사람도 녹음한 사람과 같은 형으로 처벌합니다. 녹음 자체가 범죄이고, 그 파일을 소송에 내거나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일은 공개·누설로 따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창원지법 재판부도 몰래 녹음하고 이를 공개한 점을 함께 지적했습니다.
그러니 배우자의 외도, 직장 내 괴롭힘, 아이가 겪는 일처럼 증거가 절실한 상황일수록 내가 직접 참여한 대화를 남기는 쪽을 택해야 합니다. 상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묻는 통화, 내가 함께 있는 자리의 대화는 당사자 녹음입니다. 증거를 모으는 방법이 막막하면 녹음기를 두기 전에 변호사나 대한법률구조공단(국번 없이 132)에 먼저 상담해 보세요.
당사자 녹음이라도 조심할 점
내가 참여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지, 그 파일을 어떻게 써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녹음 내용을 단체 대화방이나 인터넷에 올리면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같은 다른 문제를 따로 따져 볼 수 있습니다. 증거로 쓸 파일은 원본을 그대로 보관하고, 필요한 곳에만 제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이폰의 전화 앱 통화 녹음은 상대에게 녹음 사실이 알려집니다. Apple 사용 설명서에 따르면 녹음을 시작하면 통화 중인 두 사람 모두에게 통화가 녹음되고 있다는 음성 알림이 들리고, 녹음 파일은 메모 앱의 ‘통화 녹음’ 폴더에 저장됩니다. Apple은 녹음 전에 상대의 동의를 확인하라고 안내합니다. 몰래 녹음이 목적이 아니라 기록이 목적이라면 이 방식이 오히려 뒤탈이 적습니다.
블랙박스나 휴대폰 영상을 사고·분쟁의 증거로 챙기는 요령은 난폭운전·보복운전 신고 때 블랙박스 영상에 담아야 할 것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녹음 버튼을 누르기 전에 스스로 물어보세요. “지금 이 대화에 나도 들어가 있나?” 그렇다면 통신비밀보호법 문제는 아니고, 아니라면 녹음기를 거두는 것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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