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주행등이 켜져도 뒤는 캄캄합니다: 밤 등화 의무와 9월 1일부터 달라진 신차 기준

추석 연휴 귀성길은 해가 진 뒤에 움직이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어두운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앞차의 윤곽이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면, 전조등과 미등을 켜지 않고 달리는 차일 가능성이 큽니다. 흔히 스텔스 차량이라고 부릅니다.

이 문제가 잘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렇게 달리는 운전자 대부분이 자기 차의 불이 꺼져 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앞쪽은 주간주행등 때문에 환하고, 계기판도 시동만 걸면 밝게 켜지기 때문입니다.

밤에 등화를 켜지 않으면 승용차 기준 범칙금 2만 원입니다. 그리고 2026년 9월 1일부터 새로 만드는 차에는 어두워지면 스스로 켜지는 기능이 의무가 됐습니다. 다만 그 의무가 지금 타고 있는 차까지 바꿔 주지는 않습니다.

주간주행등은 앞면에만 달립니다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의4는 주간주행등을 “자동차의 앞면에” 설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뒷면에는 주간주행등이라는 것이 아예 없습니다. 2015년 7월 1일부터 새로 개발된 차종에 의무가 됐으니, 요즘 차는 시동을 걸기만 해도 앞쪽 LED 띠에 불이 들어옵니다.

운전석에서 보면 앞 노면이 밝습니다. 도심이라면 가로등까지 더해져 시야에 불편이 없습니다. 그런데 뒤따라오는 차가 보는 면에는 아무 빛도 없습니다. 후미등과 번호등은 주간주행등과 별개로, 운전자가 등화를 켜야 들어오는 등입니다.

LED 주간주행등이 켜진 승용차 앞면. 헤드램프 안쪽 프로젝터 렌즈는 꺼져 있고 아래쪽 LED 줄만 빛나고 있다.
주간주행등이 켜진 앞모습. 앞에서는 이렇게 밝아 보여도 뒷면에는 같은 등이 없습니다. 사진: Thermos,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계기판이 밝다는 것도 판단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디지털 계기판은 등화 스위치와 상관없이 늘 밝게 켜지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도 이번 안전기준을 고치면서, 야간에 전조등·후미등을 끄고 달리는 차는 주변 차량이 인식하기 어려워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개정 이유로 들었습니다.

밤에 켜야 하는 등은 네 가지입니다

도로교통법 제37조 제1항은 세 가지 상황에서 등화를 켜라고 합니다. 밤에 도로에서 운행하거나 부득이하게 세워 둘 때, 안개가 끼거나 비·눈이 올 때, 그리고 터널 안입니다. 여기서 ‘밤’은 해가 진 후부터 해가 뜨기 전까지를 말합니다. 감각이 아니라 일몰 시각이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등을 켜야 하는지는 시행령 제19조에 있습니다. 자동차는 전조등, 차폭등, 미등, 번호등 네 가지입니다. 승합자동차와 여객자동차운송사업용 승용자동차는 실내조명등까지 켜야 합니다.

도로에 세워 둘 때는 목록이 달라집니다. 고장이나 부득이한 사유로 정차·주차할 때 자동차가 켜야 하는 등은 미등과 차폭등입니다. 비상점멸등은 이 목록에 들어 있지 않으니, 갓길에 세우고 비상등만 켜 둔 상태는 시행령이 요구하는 등화를 켠 것과 다릅니다.

범칙금은 2만 원, 다만 비 오는 날은 다릅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 8의 제61호가 ‘등화 점등·조작 불이행’입니다. 금액은 차종에 따라 다음과 같습니다.

차종 범칙금
승합자동차등2만 원
승용자동차등2만 원
이륜자동차등1만 원
자전거등·손수레등1만 원

눈여겨볼 곳은 금액이 아니라 그 옆의 근거 법조문입니다. 별표 8은 이 항목의 근거를 ‘제37조 제1항 제1호·제3호 및 같은 조 제2항’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밤과 터널, 그리고 마주 오는 차를 위해 불빛을 낮추는 조작만 들어 있습니다. 안개·비·눈에 해당하는 제1항 제2호는 빠져 있습니다.

벌칙 조항인 제156조도 마찬가지로 “제37조(제1항제2호는 제외한다)”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낮에 비가 와서 어두운데 등을 켜지 않는 것은 법이 요구하는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이지만, 범칙금을 매기는 항목은 아닙니다. 반면 밤과 터널은 곧바로 2만 원입니다. 터널에서 등을 켜지 않는 차가 흔한데, 단속 대상이라는 점은 밤과 똑같습니다.

9월 1일부터 자동으로 켜지는 차, 다만 ‘새로 나온 차종’부터입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6월 5일 자동차 안전기준을 고치면서, 주변 밝기를 감지해 전조등과 후미등이 자동으로 켜지는 기능을 넣도록 했습니다. 운전 중에 운전자가 임의로 끌 수 없게 한 것이 핵심입니다. 시행일은 2026년 9월 1일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이 내 차에 적용되는지는 두 겹으로 갈립니다. 개정 규칙의 부칙을 보면 됩니다.

부칙 제2조는 시행일 이후에 제작·조립 또는 수입되는 자동차부터 적용한다고 정합니다. 이미 등록된 차는 대상이 아닙니다. 국토교통부 집계로 2025년 6월 말 기준 등록된 자동차가 2,640만 대인데, 이 차들은 9월 1일과 무관하게 예전 그대로입니다.

여기에 부칙 제3조가 한 겹 더 있습니다. 시행일 당시 이미 제작·조립 또는 수입되고 있던 ‘형식’의 자동차는 2027년 8월 31일까지 종전 규정을 따를 수 있습니다. 9월 1일 전부터 만들고 있던 차종이라면 여기에 해당합니다. 9월에 새 차를 뽑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켜지는 차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내 차 어두워지면 저절로 켜지나
이미 등록해 타고 있는 차아니요. 새 기준의 대상이 아닙니다
9월 1일 전부터 팔리던 차종을 지금 사는 경우2027년 8월 31일까지는 아닐 수 있습니다
9월 1일 이후 새로 나온 차종예. 운전 중 임의로 끌 수 없습니다

오토라이트가 달린 차와 헷갈리기 쉽습니다. 오토라이트는 이미 많은 차에 있지만, 라이트 스위치를 끔이나 수동 위치에 돌려 두면 어두워져도 켜지지 않습니다. 새 기준이 바꾸는 것은 그 선택지를 없앤다는 점입니다.

출발 전 30초로 확인하는 법

  1. 라이트 스위치를 AUTO에 둡니다. 오토라이트가 있는 차라면 이것만으로 대부분 해결됩니다. 세차나 정비를 맡긴 뒤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경우가 있으니 출발 전에 한 번 봅니다.
  2. AUTO가 없으면 해가 지기 전에 직접 켭니다. 법이 말하는 밤은 일몰 이후입니다. 그날 그 지역의 해 지는 시각은 한국천문연구원 일출·일몰 시각 계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계기판의 등화 표시등을 봅니다. 미등과 전조등이 켜지면 표시등에 불이 들어옵니다. 계기판 전체가 밝은 것은 등화와 관계가 없습니다.
  4. 휴게소에서 차 뒤로 한 번 돌아갑니다. 후미등과 번호등이 켜져 있는지는 밖에서만 보입니다. 연휴 귀성길에는 어차피 몇 번씩 서게 됩니다.
  5. 터널에 들어갈 때도 켭니다. 낮이라도 터널 안은 등화 의무 구간이고, 범칙금 항목도 밤과 같습니다.

앞서가는 차가 무등화 상태라면 상향등으로 신호를 보내기보다 차간거리를 넉넉히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마주 오거나 바로 뒤를 따라갈 때 불빛을 낮추지 않는 것 역시 같은 2만 원짜리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밤에 다른 차가 내 차를 알아보는 단서는 내가 켠 불빛뿐입니다. 연휴에 길을 나서기 전, 스위치가 AUTO에 있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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