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 희망등록, 가족이 반대하면 멈춥니다: 등록 순서와 그다음에 할 일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마치고 등록증과 스티커를 받아 두었다면 의사 표시는 끝났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서류상으로는 맞습니다. 다만 실제로 기증이 이루어지는 순간에는 한 사람이 더 등장합니다. 가족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제9회 생명나눔 주간(9월 14일~20일) 기념식 자료에 붙인 통계를 보면, 2025년 한 해 기증희망등록은 13만 9,245명 늘어 누계 304만 3,170명이 됐습니다. 같은 해 뇌사 장기기증자는 370명이었고, 이식을 기다리는 사람은 5만 5,002명이었습니다. 등록과 실제 기증 사이에는 절차가 몇 단계 더 있고, 그 절차가 어디서 멈추는지 알면 등록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등록해도 가족이 거부하면 적출할 수 없습니다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2조 제3항이 뇌사자와 사망한 사람의 장기를 적출할 수 있는 경우를 두 가지로 정해 두었습니다. 첫째는 본인이 미리 동의한 경우인데, 여기에 단서가 붙습니다. “그 가족 또는 유족이 장기등의 적출을 명시적으로 거부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둘째는 본인의 의사가 확인되지 않을 때 가족이나 유족이 동의한 경우입니다.

즉 법이 정한 문턱은 ‘가족이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현장 절차는 한 걸음 더 나갑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이 온라인 기증희망등록을 마친 사람에게 보내는 안내문에는 “실제 기증 상황이 오면 선순위 가족 1인의 동의를 받아야 기증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거부 의사를 확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서면 동의를 받는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순위는 법에 정해진 순서입니다. 배우자가 먼저이고, 그다음이 직계비속(자녀·손자녀), 직계존속(부모·조부모), 형제자매 순입니다. 이들이 아무도 없으면 4촌 이내의 친족이 순서를 잇습니다. 부부가 따로 살고 있거나 자녀와 왕래가 뜸한 경우라도 이 순서 자체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래서 등록 다음 순서는 가족에게 말하는 것입니다

가족이 기증 의사를 모르고 있으면 거부보다 먼저 시간이 문제가 됩니다. 사망 후 기증은 시계가 짧습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은 안구는 12시간 이내에 적출해야 이식이 가능하다고 안내합니다. 인체조직 기증은 사후 15시간 안에 의료진에게 기증 의사를 밝히거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1577-1458)으로 연락해야 하고, 그 뒤 발생 의료기관에서 유가족 면담과 동의 확인이 이어집니다. 장례 절차가 시작된 뒤에 가족이 등록 사실을 알게 되면 이미 늦습니다.

반대로 등록해 두었기 때문에 열리는 문도 있습니다. 뇌사판정을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가족인데,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이나 진료담당의사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예외는 본인이 기증희망등록을 해 둔 경우로 한정됩니다(제17조 제3항). 2024년 개정으로 뇌사판정기관의 장이 기증자 등록을 신청할 수 있게 된 것도 희망등록자에 한합니다(제14조 제1항). 혼자 사는 사람일수록 등록의 실질적인 효력이 큽니다.

뇌사와 심정지 사망은 기증할 수 있는 범위가 다릅니다

기증희망등록은 뇌사 때와 심장이 멎어 사망했을 때를 모두 포함하는 의사 표시입니다. 하지만 두 상황에서 실제로 이식할 수 있는 것은 다릅니다.

상황기증할 수 있는 것시간
뇌사 (인공호흡기로 심장이 뛰는 상태)신장·간·심장·폐·췌장 등 고형장기, 안구, 인체조직뇌사판정 절차를 거쳐 진행
심정지 사망안구(각막 등), 인체조직안구 12시간 · 인체조직 15시간 이내 연락

복지부 통계도 같은 구조를 보여 줍니다. 2025년 기증자 4,172명은 뇌사 기증자 370명, 살아 있을 때 기증한 사람 3,717명, 사후 각막 기증자 85명으로 나뉩니다. 심장이 멎은 뒤 기증된 것은 각막뿐입니다.

연도이식대기자(연말 누계)뇌사 기증자생존 시 기증자사후 각막 기증자
2023년51,876명483명3,918명148명
2024년54,789명397명3,561명70명
2025년55,002명370명3,717명85명

연명의료를 중단한 뒤 순환이 멈춘 사망자에게서 장기를 기증받는 방식(DCD)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이미 시행 중이고, 정부도 제1차 장기등 기증 및 이식에 관한 종합계획(2026~2030)에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장기이식법과 연명의료결정법을 함께 고쳐야 하는 사안이라 아직 개정안이 발의된 단계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심정지 사망 후 고형장기 기증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등록은 세 가지 방법, 16세 미만은 서류가 하나 더

보건복지부 안내 기준으로 신청 경로는 세 가지입니다.

  1. 온라인 —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누리집(konos.go.kr)이나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서 본인인증을 거쳐 신청합니다.
  2. 우편·팩스 —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02-2628-3602, 팩스 02-2628-3629)에 신청서를 요청해 작성한 뒤 보냅니다.
  3. 등록기관 방문 — 지정된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신청서를 씁니다. 생명나눔 주간에는 지방자치단체와 보건소가 임시 접수 창구를 운영하기도 합니다.

나이 제한은 따로 없지만 시행규칙 제7조에 따라 16세 미만이 신청할 때는 동의하는 사람이 법정대리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함께 내야 합니다. 온라인으로는 처리되지 않아 한국장기조직기증원(1544-0606)에 문의해야 합니다.

신청이 끝나면 휴대전화로 등록 완료 안내 문자가 오고, 신청서에 적은 주소로 기증희망등록증과 스티커가 일반우편으로 갑니다. 신청서에서 「운전면허증에 기증희망자 의사표시」 항목에 ‘예’를 선택해 두면, 면허증을 새로 발급하거나 갱신·재발급할 때 사진 아래에 기증희망자 표시가 들어갑니다.

운전면허증에 인쇄된 장기기증 의사표시란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를 표시해 둔 예(일본 면허증 뒷면). 한국은 기증희망등록 신청서에서 ‘예’를 선택하면 면허증 사진 아래에 표시됩니다. 사진 KKPCW(Kyu3),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등록 여부는 등록일로부터 업무일 기준 3일이 지난 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누리집에서 조회할 수 있고, 같은 곳에서 정보 변경과 취소도 됩니다.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철회할 수 있습니다. 철회 의사를 밝히면 등록은 즉시 말소되고(법 제15조 제6항), 동의한 사람은 적출 수술이 시작되기 전까지 동의를 거둘 수 있습니다(제22조 제4항).

자주 엇갈리는 세 가지

“등록하면 응급실에서 치료를 덜 받는다”는 이야기가 오래 돌았습니다. 뇌사판정은 아무 병원에서나 하지 못합니다.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에 통보한 뇌사판정기관이어야 하고, 인공호흡기와 감시장비를 갖춘 중환자실, 뇌파측정기와 뇌혈류측정기, 신경과 전문의와 뇌파검사 담당 임상병리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를 두어야 합니다. 판정은 전문의 2명 이상과 의료인이 아닌 위원 1명 이상을 포함한 4~6명의 뇌사판정위원회가 맡습니다. 치료하는 쪽과 판정하는 쪽이 분리돼 있습니다.

기증에 대가를 받을 수 있는지도 자주 묻는 부분입니다. 장기 매매는 금지돼 있고, 대신 유족에게 지원금이 나갑니다. 법 제32조와 시행규칙 제26조에 따른 지원금은 뇌사 장기기증의 경우 장제비 360만 원과 진료비 180만 원이고, 장기와 인체조직을 함께 기증하면 장제비가 540만 원입니다. 안구만 기증한 경우는 대상에서 빠지며, 유족이 원하면 사회단체 등에 기부할 수 있습니다.

살아 있을 때 하는 기증은 완전히 다른 절차입니다. 신장 한쪽이나 간 일부를 기증하는 생체 기증은 이식대상자를 정해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의 선정 승인을 받아야 진행됩니다. 16세 미만인 사람에게서는 말초혈과 골수만 적출할 수 있고, 임신 중이거나 해산한 지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대상에서 제외됩니다(법 제11조). 기증희망등록은 이와 별개로 사후를 위한 의사 표시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일

아직 등록하지 않았다면 온라인 신청은 본인인증을 포함해 몇 분이면 끝납니다. 이미 등록했다면 누리집에서 등록 상태를 한 번 확인하고, 면허증 표시 항목을 선택했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한 번 말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등록증은 서랍에 있지만, 마지막 서명은 가족이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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