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뒤 지방 발령, 이중징계일까? 부당전보로 다투는 기준과 3개월 기한

견책 같은 가벼운 징계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 발령이 나면 ‘같은 일로 두 번 벌을 받는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하지만 이중징계라는 주장은 대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회사 규정에 전보가 징계 종류로 없으면 법원은 이를 징계가 아니라 인사권 행사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퉈 볼 지점은 그 인사권을 넘어섰느냐입니다. 발령에 업무상 필요가 있었는지, 생활상 불이익이 지나친지, 협의를 거쳤는지를 봅니다. 상시 5명 이상이 일하는 회사라면 3개월 안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 법률 상담 칼럼에 이런 사례가 실렸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견책을 받은 재무팀장이 일주일 뒤 팀장 직책에서 해임되고, 서울에서 부산 물류창고 관리 업무로 발령났습니다. 급여는 30% 줄었습니다. 답변한 변호사도 이중징계보다 인사권 남용을 다투는 편이 낫다고 봤습니다.

이중징계 주장이 잘 통하지 않는 이유

대법원은 이중징계가 되려면 세 가지가 모두 맞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두10902 판결).

  1. 앞의 처분과 뒤의 처분이 모두 법적으로 징계여야 합니다.
  2. 앞의 징계가 취소되지 않고 그대로 확정돼 있어야 합니다.
  3. 두 처분의 징계 사유가 같아야 합니다.

그래서 먼저 볼 것은 취업규칙의 징계 조항입니다. 징계 종류에 전보나 직책 해임이 없다면 견책 뒤의 발령은 첫 번째 요건에서 걸립니다. 반대로 전보·보직 해임이 징계 종류로 적혀 있고 같은 사유로 이미 견책을 받았다면 이중징계를 따져 볼 여지가 생깁니다.

이중징계가 아니라고 해서 발령이 정당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정당한 이유 없는 전직을 해고·정직·감봉과 함께 금지합니다. 실제 다툼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법원이 전보를 볼 때 따지는 세 가지

대법원은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가 입는 생활상 불이익을 견주고, 신의칙상 필요한 협의 절차를 거쳤는지까지 함께 보고 전보의 정당성을 판단합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0다253744 판결). 기준마다 법원이 보는 것과 근로자가 모아 둘 자료를 나누면 이렇습니다.

기준법원이 보는 것근로자가 모아 둘 자료
업무상 필요성자리를 바꿀 필요가 있었는지, 그 자리에 이 사람을 고른 것이 합리적인지. 업무 효율, 직장 질서 유지, 직원 사이 화합도 포함새 자리가 원래 비어 있었는지, 원래 자리를 누가 채웠는지, 비슷한 일로 다른 직원은 어떻게 처리됐는지
생활상 불이익근로자가 통상 감수해야 할 정도를 현저히 넘는지이사·통근 거리와 비용, 가족 돌봄·건강 사정, 발령 전후 급여명세서
협의 절차발령 전에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는지발령 통보 방식과 날짜, 면담 여부, 이의를 밝힌 메일·문자

협의 절차 하나로 결론이 갈리지는 않습니다. 위 판결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전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지점장이 후선 업무로 옮겨지며 급여가 20.2% 줄었는데도 전보가 유효했습니다. 은행이 실적 기준을 두고 운영하던 제도였고, 직급이 유지됐고, 복귀 기회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무효가 된 사례도 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07구합26896 판결은 주간 근무 반장을 야간 근무로 보낸 전보를 무효로 봤습니다. 사전 협의가 없었고, 결핵 병력이라는 건강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고, 이후 신규 채용과 승진으로 전보할 필요도 사라졌다는 이유였습니다. 한 가지보다 여러 사정이 겹칠 때 판단이 뒤집힙니다.

괴롭힘으로 징계받았다면 회사 쪽 사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5항은 직장 내 괴롭힘이 확인되면 회사가 행위자에게 징계, 근무장소 변경 같은 조치를 지체 없이 하도록 정합니다. 피해자와 떨어뜨리려고 자리를 옮기는 것은 법이 예정한 조치라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쉽습니다.

그래도 따질 부분은 남습니다. 분리가 목적이었다면 다른 도시, 다른 직무, 큰 폭의 임금 감소까지 필요했는지입니다. 칼럼의 변호사도 이미 징계가 끝난 일에 인사권으로 훨씬 큰 불이익을 더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신고한 쪽이 발령을 받았다면 다른 조항을 봅니다

괴롭힘을 신고했거나 피해를 입은 사람이 발령을 받았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같은 조 제6항은 신고한 근로자와 피해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게 합니다. 제3항은 조사 기간에 피해근로자를 보호하려고 근무장소를 바꾸더라도 본인 의사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정합니다.

월급이 줄었다면 무엇이 줄었는지부터 나눕니다

감봉이라는 징계로 월급을 깎는 데에는 법정 한도가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95조에 따라 한 번에 깎는 금액은 평균임금 하루치의 절반, 총액은 한 달 치 임금 총액의 10분의 1을 넘지 못합니다. 징계 감봉으로 30%를 깎았다면 이 한도를 크게 넘습니다.

전보나 직책 해임으로 직책수당이 빠진 것이라면 회사는 징계 감봉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발령 전후 급여명세서를 놓고 기본급이 줄었는지, 직책에 딸린 수당만 빠졌는지 나눠 적어 두세요. 임금이 줄었다는 사정만으로 전보가 무효가 되지는 않지만, 생활상 불이익의 크기를 보여 주는 가장 분명한 자료입니다.

발령을 거부하기보다 일단 가서 다투는 편이 안전합니다

전보가 무효라면 여기에 응하지 않은 것을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습니다. 앞의 서울행정법원 사건도 전보 거부를 이유로 한 정직과 해고까지 부당하다고 봤습니다. 문제는 이 결론이 판정이 난 뒤에야 나온다는 점입니다.

전보가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오면 출근하지 않은 기간은 무단결근이 되고,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한 것이 새 징계나 해고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해고 사유의 정당성). 발령지로 가면서 발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메일이나 문서로 남기고 구제신청을 하는 쪽이 위험이 작습니다.

구제신청: 대상, 기한, 신청하는 곳

회사 인원이 5명 이상인지

상시 근로자가 4명 이하인 사업장에는 정당한 이유 없는 전직 등을 금지하는 제23조 제1항과 구제신청을 정한 제28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서울노동포털).

인원은 발령일 전 1개월 동안 쓴 근로자 연인원을 가동 일수로 나눠 셉니다. 기간제·단시간 근로자와 함께 사는 친족 근로자는 넣고 파견 근로자는 뺍니다. 평균이 기준 근처라면 날마다 셌을 때 5명이 안 되는 날이 절반 미만인지로 가립니다(근로기준법 시행령 제7조의2).

정부가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넓혀 적용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부당해고 구제 규정이 언제부터 적용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습니다(한국경제).

기한은 짧고 단계마다 따로 셉니다

단계기한근거
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부당해고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근로기준법 제28조
심문회의접수일부터 60일 이내 개최중앙노동위원회 심판사건 안내
판정서 받기판정 뒤 30일 이내 송달중앙노동위원회 심판사건 안내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서를 통지받은 날부터 10일 이내근로기준법 제31조
행정소송재심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근로기준법 제31조

3개월은 처분마다 따로 셉니다. 견책도 함께 다투고 싶다면 견책 처분일부터 세야 하므로, 칼럼 사례처럼 징계가 발령보다 일주일 앞섰다면 견책 쪽 기한이 먼저 끝납니다. 통지를 받은 날과 발령문에 적힌 날이 다르면 빠른 날을 기준으로 달력에 적어 두면 놓치지 않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와 고용노동부가 입주한 정부세종청사 11동 건물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할 때 재심을 맡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11동. 사진: Minseong Kim,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신청하는 곳과 방법

사는 곳이 아니라 사업장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냅니다. 정부24 인터넷 신청, 방문, 우편 모두 됩니다. 신청서에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이름·주소, 신청 취지와 이유, 처분 통지를 받은 날짜를 적습니다(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구제신청). 원래 일하던 곳과 발령지가 다른 지역이라 어느 위원회인지 헷갈리면 가까운 지방노동위원회에 전화로 묻는 것이 빠릅니다.

월평균임금 300만 원 미만이면 무료 대리인

월평균임금이 300만 원 미만이면 구제신청을 한 뒤 권리구제업무 대리인 선임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선임신청서에 임금명세서처럼 임금 수준을 보여 주는 자료를 붙이면, 노동위원회가 위촉한 공인노무사나 변호사가 상담부터 이유서 작성, 심문회의 참석까지 무료로 맡습니다(고용노동부).

인정되면 달라지는 것

노동위원회가 부당하다고 판정하면 회사에 구제명령을 내립니다. 해고가 아닌 처분이라면 법은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을 ‘원상회복’이라고 부릅니다(근로기준법 제30조). 회사가 이행 기한까지 따르지 않으면 3천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1년에 2회 범위에서 최대 2년까지 반복해 물릴 수 있습니다(근로기준법 제33조).

노동위원회와 별개로 법원에 전보 무효 확인과 줄어든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낼 수도 있고, 두 절차를 함께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부당해고와 구제절차). 소송을 고민하는 중이라도 노동위원회의 3개월 기한은 먼저 챙기세요.

오늘 챙겨 둘 것

  1. 징계 통지서와 발령문의 날짜를 보고, 각각 3개월이 끝나는 날을 달력에 적습니다.
  2. 취업규칙에서 징계 종류 조항과 전보 같은 인사 조항을 찾아 사본을 받아 둡니다.
  3. 발령 전후 급여명세서를 모으고 기본급과 직책수당 변화를 나눠 적습니다.
  4. 이사·통근 거리와 비용, 가족·건강 사정처럼 생활상 불이익을 보여 줄 자료를 모읍니다.
  5. 발령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메일로 남기고, 발령지에는 출근합니다.
  6. 회사 인원이 5명 이상인지, 내 월평균임금이 300만 원 미만인지 보고 구제신청과 무료 대리인 신청을 준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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