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잰 혈압은 135부터 고혈압입니다: 2026년 새 지침의 기준과 목표혈압
혈압계에 138/73이 떴다고 해봅시다. 이 숫자가 고혈압인지 아닌지는 어디서 쟀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병원 진료실에서 나온 값이라면 고혈압이 아니라 '고혈압 전단계'이고, 집에서 잰 값이라면 고혈압 진단 기준에 들어갑니다.
대한고혈압학회가 2026년 5월 펴낸 제6판 고혈압 진료지침은 2022년 이후 4년 만의 개정판입니다. 고혈압이라고 부르는 선은 140/90 mmHg 그대로 두면서, 측정 장소별 기준·약을 시작하는 시점·도달해야 할 목표는 손봤습니다. 검진 결과지나 집 혈압계 숫자를 두고 "이 정도면 괜찮은가" 싶을 때 실제로 갈리는 지점을 정리했습니다.
같은 138/73이라도 진료실에서 잰 값이면 고혈압 전단계, 집에서 잰 값이면 고혈압 진단 기준에 해당합니다. 사진 Jacek Halicki, CC BY-SA 4.0.
고혈압이라고 부르는 선은 140/90 그대로입니다
미국은 2017년에 고혈압 기준을 130/80 mmHg 이상으로 낮췄고 2025년 개정판에서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 소식이 국내에도 널리 퍼지면서 "이제 130만 넘어도 고혈압"이라고 알고 있는 분이 많습니다. 한국 기준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2026년 지침도 진료실에서 잰 수축기혈압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혈압 90 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봅니다. 약물치료의 효과가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구간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 학회가 밝힌 이유입니다.
대신 그 아래 구간을 이름 붙여 나눠 놓았습니다.
| 분류 | 수축기 | 이완기 | |
|---|---|---|---|
| 정상혈압 | 120 미만 | 그리고 | 80 미만 |
| 주의혈압 | 120~129 | 그리고 | 80 미만 |
| 고혈압 전단계 | 130~139 | 또는 | 80~89 |
| 1기 고혈압 | 140~159 | 또는 | 90~99 |
| 2기 고혈압 | 160 이상 | 또는 | 100 이상 |
| 수축기단독고혈압 | 140 이상 | 그리고 | 90 미만 |
| 이완기단독고혈압 | 140 미만 | 그리고 | 90 이상 |
단위 mmHg, 진료실에서 잰 혈압 기준.
'또는'과 '그리고'를 구분해서 읽어야 합니다. 고혈압 전단계와 1기·2기 고혈압은 둘 중 하나만 넘어도 그 칸에 들어갑니다. 수축기가 145라면 이완기가 75여도 1기 고혈압입니다.
같은 135라도 병원에서 잰 것과 집에서 잰 것은 다릅니다
여기가 가장 자주 헷갈리는 대목입니다. 사람의 혈압은 진료실에서 더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어서, 지침은 측정 장소마다 다른 진단 기준을 씁니다.
| 측정 방법 | 고혈압 기준(mmHg) |
|---|---|
| 진료실혈압 | 140/90 이상 |
| 가정혈압 | 135/85 이상 |
| 24시간 활동혈압 — 일일평균 | 130/80 이상 |
| 24시간 활동혈압 — 주간평균 | 135/85 이상 |
| 24시간 활동혈압 — 야간평균 | 120/70 이상 |
| 24시간 활동혈압 — 아침평균 | 135/85 이상 |
즉 집 혈압계의 135/85는 진료실의 140/90과 같은 무게입니다. 지침은 이를 '대응 혈압'이라고 부르는데, 진료실 140에 대응하는 값이 가정혈압 135, 24시간 평균 130이라는 식입니다. 집에서 쟀더니 137이 나와 "병원 기준 140보다 낮으니 괜찮다"고 넘기면 반대로 읽은 셈이 됩니다.
거꾸로 진료실에서만 높게 나오고 집에서는 정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이 백의고혈압이고, 진료실에서는 괜찮은데 평소가 높은 경우는 가면고혈압입니다. 두 경우를 가려내려면 진료실 밖에서 재 보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새 지침은 약을 시작할지 결정하기 전에 가정혈압이나 24시간 활동혈압을 확인하도록 권고합니다.
검진에서 '고혈압 의심'이 떴다면 한 번 더 재는 절차가 있습니다
한 번 높게 나왔다고 고혈압으로 확정되지 않습니다. 지침은 고혈압이 의심되면 다시 방문해 표준화된 방법으로 진료실혈압을 반복 측정하거나, 가정혈압·활동혈압을 추가로 재서 진단하도록 합니다.
국가건강검진에서 고혈압 의심 판정을 받았다면 확진검사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일반건강검진 안내에 따르면 고혈압 확진검사 항목은 진찰과 혈압측정이고, 의원이나 병원에서 받습니다. 치과의원·한의원·요양병원·정신병원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기간은 검진을 받은 다음 해 3월 31일까지이고, 갈 때는 일반건강검진 결과통보서와 신분증을 챙겨야 합니다. 같은 제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공복혈당 126이 나왔을 때의 확진 절차에 더 자세히 적어 두었습니다.
130~139/80~89면 약을 먹어야 할까요
고혈압 전단계에서 약을 쓸지는 혈압 숫자가 아니라 위험도가 가릅니다. 2026년 지침이 이 구간을 명시적으로 나눈 부분입니다.
- 주의혈압·고혈압 전단계인 모든 사람: 적극적인 생활요법을 권고합니다.
- 관상동맥질환·말초혈관질환·복부 대동맥류·심부전이 있는 사람: 고혈압 전단계여도 약물치료를 고려합니다.
- 당뇨병·만성콩팥병이 있거나 고혈압으로 인한 장기 손상이 있는 사람: 먼저 3개월간 생활요법을 하고, 그래도 130/80 이상이 유지되면 약물치료 시작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 그 밖의 저위험·중위험군: 전단계에서 약을 쓰는 이득이 일관되게 입증되지 않아, 생활요법과 추적관찰을 이어갑니다.
위험도는 혈압 수치 하나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지침은 동반 위험인자 개수, 무증상 장기 손상, 심혈관질환 병력을 함께 봅니다. 같은 고혈압 전단계라도 위험인자가 없으면 최저위험군, 3개 이상이거나 장기 손상이 있으면 중위험군 이상, 심혈관질환이나 만성콩팥병이 있으면 고위험군입니다. 65세 이상이면 나이 자체를 위험인자 2개로 셉니다.
이미 140/90을 넘은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1기 고혈압이면서 중위험군 이상이면 처음부터 생활요법과 약물치료를 함께 시작하도록 권고하고, 160/100 이상인 2기 고혈압은 위험도를 따지지 않고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합니다. 저위험 1기 고혈압은 생활요법을 먼저 하되, 치료가 늦어지지 않도록 3개월쯤 해 보고 약 병행 여부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혀 있습니다.
진단 기준과 목표혈압은 다른 숫자입니다
"기준이 130/80으로 내려갔다"는 말이 돌게 된 진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내려간 것은 진단선이 아니라 치료 중에 도달해야 할 목표이고, 그것도 모든 사람이 아니라 고위험군에 해당합니다.
| 상황 | 목표혈압(mmHg) |
|---|---|
| 중·저위험도 고혈압 | 140/90 미만 |
| 노인 고혈압 | 140/90 미만 |
| 고위험도 고혈압 | 130/80 미만 |
| 당뇨병 | 130/80 미만 |
| 심혈관질환 동반 | 130/80 미만 |
| 만성콩팥병 동반 | 130/80 미만 |
| 뇌졸중 동반 | 130/80 미만 |
목표혈압도 측정 장소에 따라 환산해야 합니다. 진료실 목표가 140/90이면 가정혈압으로는 135/85, 24시간 일일평균으로는 130/80이 목표입니다. 진료실 목표가 130/80인 고위험군이라면 가정혈압 130/80, 24시간 일일평균 125/75가 됩니다.
낮을수록 좋은 것도 아닙니다. 지침은 수축기 110 미만이나 이완기 70 미만으로 떨어지면 사망률과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고 보고, 노인·당뇨병 환자·재관류술을 받지 않은 다발성 관상동맥질환자·심비대가 있는 환자에서는 이완기혈압을 70 미만으로 낮추지 않는 것을 고려하도록 했습니다.
수축기는 괜찮은데 이완기만 90을 넘는다면
2026년 지침에서 새로 생긴 분류가 이완기단독고혈압입니다. 수축기는 140 미만인데 이완기만 90 이상인 경우로, 젊은 연령대에 상대적으로 흔합니다. 예전에는 분류표에 자리가 없어 "위는 정상인데 아래만 좀 높다"로 넘어가기 쉬웠는데, 이제는 고혈압의 한 형태로 이름이 붙었습니다.
지침이 인용한 고혈압 팩트 시트를 보면 2022년 기준 20~39세 고혈압 유병자는 약 89만 명인데, 자신이 고혈압인 줄 아는 비율은 36%, 치료받는 비율은 35%, 조절되는 비율은 33%에 그칩니다. 유병자의 약 59%는 아예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반면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조절률은 고령층과 차이가 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고혈압이 확인되면 지침은 이차성 고혈압 선별검사를 권고합니다. 젊은 성인 고혈압 환자에서 원인 질환이 따로 있는 이차성 고혈압 비율이 14~33%까지 보고되기 때문입니다. 일차성 알도스테론증, 신혈관성고혈압, 만성콩팥병, 약물로 인한 혈압 상승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젊으니까 괜찮다"보다 "왜 젊은 나이에 올랐는지"를 확인하는 쪽입니다.
스마트워치와 반지로 잰 혈압은 진단에 쓰지 않습니다
2026년 지침은 커프 없이 혈압을 재는 커프리스 혈압계를 국내외 지침 가운데 처음으로 다뤘습니다. 다만 권고 수준은 IIb, 즉 '진료실 밖 혈압 측정에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입니다. 진료실혈압·활동혈압·가정혈압 측정에 쓰는 표준은 여전히 검증된 커프형 혈압계입니다.
스마트워치나 반지형 기기는 맥파전도시간, 광혈류측정센서 같은 방법으로 혈압을 추정합니다. 반지형 혈압계는 국내에서 24시간 활동혈압 측정 용도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커프리스 기기 전반으로 보면 정확도가 기기마다, 연구마다 달라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침의 평가입니다. 국제적으로 통일된 검증 기준도 아직 없습니다. 처음 고혈압인지 가려내는 용도보다, 이미 진단받은 사람의 혈압 변화를 따라가는 쪽에 가깝습니다.
손목형 혈압계는 심장 높이를 정확히 맞추지 않으면 오차가 커서 지침이 일반적으로 권장하지 않습니다. 사진 Shixart1985, CC BY 2.0.
가정혈압은 검증된 위팔 자동혈압계로 재는 것이 원칙입니다. 손목혈압계는 심장 높이를 맞추기 어려워 일반적으로 권장하지 않고, 비만 등으로 위팔둘레가 아주 큰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검증된 제품을 씁니다. 내 혈압계가 검증을 거쳤는지는 STRIDE BP 같은 기관이 공개하는 검증 기기 목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재는 방법도 결과를 바꿉니다. 등받이 있는 의자에 앉아 5분 쉰 뒤, 팔둘레에 맞는 커프를 심장 높이에 맞춰 감고 잽니다. 커프가 심장보다 낮거나 팔둘레보다 작으면 혈압이 실제보다 높게 나옵니다. 최소 30초 간격으로 두 번 이상 재서 평균을 기록하고, 처음에는 양쪽 팔을 모두 재 본 뒤 더 높게 나오는 팔을 이후 측정에 씁니다. 자세한 절차는 학회의 가정혈압측정 안내에 그림과 함께 나와 있습니다.
약을 시작하기 전에 줄일 수 있는 폭
지침은 생활요법의 혈압 강하 효과를 항고혈압제 한 가지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평가합니다. 각 항목이 낮추는 폭은 이렇습니다.
| 생활요법 | 혈압 감소(수축기/이완기) | 권고 |
|---|---|---|
| 식사 조절 | -11.4 / -5.5 | 채소·과일·생선·견과류 위주, 동물성 지방 제한 |
| 소금 섭취 제한 | -5.1 / -2.7 | 하루 소금 5 g(나트륨 2,000 mg) 미만 |
| 운동 | -4.9 / -3.7 | 하루 30~50분, 주 5일 이상 |
| 절주 | -3.9 / -2.4 | 하루 2잔 미만 |
| 체중 감량 | -1.1 / -0.9 | 체중 1 kg 줄일 때마다 |
단위 mmHg. 당뇨병이 있으면 과일을 많이 먹을 때 혈당이 오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소금은 목표와 현실의 거리가 꽤 멉니다. 2022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8.0 g(남성 9.4 g, 여성 6.6 g)으로, 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의 약 1.6배입니다. 체중 감량의 -1.1은 작아 보이지만 1 kg당 수치라 5 kg을 줄이면 5 mmHg 안팎이 됩니다.
새 지침은 생활요법에 두 가지를 더했습니다. 전자담배도 혈압과 맥박을 올리고 심혈관질환 발생과 연관이 높아 금연을 권고했고, 호흡 훈련·마음챙김·명상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마음 요법'을 항목으로 넣었습니다.
결과지를 다시 볼 때 확인할 것
정리하면 확인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그 숫자를 어디서 쟀는지. 집에서 쟀다면 135/85가 기준선입니다. 둘째, 한 번 잰 값인지 반복해서 확인한 값인지. 셋째, 내가 140/90을 목표로 하는 쪽인지 130/80을 목표로 하는 쪽인지. 당뇨병·만성콩팥병·심혈관질환·뇌졸중 병력이 있다면 후자입니다.
집 혈압계가 있다면 아침과 저녁 같은 시간에 며칠치를 기록해 두었다가 진료 때 가져가는 것이 가장 쓸모 있습니다. 지침도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을 가려내고 약을 조절하는 근거로 진료실 밖 혈압을 우선합니다. 여기 적은 기준과 목표는 일반적인 권고이고, 약을 시작하거나 바꾸는 판단은 위험도 평가와 다른 검사 결과를 함께 본 뒤 의사와 정해야 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