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상속받은 땅 농사 안 지으면 처분될까? 1만㎡·임대·휴경 기준
부모님께 물려받은 논밭을 직접 짓지 않고 있다면, 올해 농지 전수조사에서 먼저 갈리는 것은 누가 농사를 짓느냐보다 그 땅이 놀고 있느냐입니다. 상속받은 농지는 1만㎡(약 3,025평)까지 농사를 짓지 않아도 가질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도 됩니다. 반대로 빌려주지도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묵혀 두었거나, 1만㎡를 넘는 부분을 농지은행에 맡기지 않았다면 처분의무 사유가 됩니다.
주말농장 용도로 산 땅은 기준이 다릅니다. 남에게 빌려주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5월 국회를 통과한 ‘상속 농지 상한 폐지·위탁 의무’는 2028년 6월 17일부터 시행되고, 그 전에 이미 물려받은 땅에는 지금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조사는 어디까지 왔나: 현장 조사는 12월까지, 처분은 2027년
올해 조사 대상은 농지법이 시행된 1996년 1월 1일 이후 소유권이 바뀐 농지 약 136만ha입니다. 5월 18일부터 7월까지 토지대장·등기, 농업경영체·직불금 정보, 항공사진으로 기본조사를 했고, 조사 대상의 27%가 위반 의심으로 분류됐습니다. 불법 임대차 의심이 21.1%, 무단 휴경 의심이 11.6%, 불법 전용 의심이 9%입니다(농림축산식품부 7월 30일 브리핑). 농식품부는 이 비율이 서류상 의심일 뿐 위법으로 확정된 수치는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8월부터 12월까지는 현장을 찾아가는 심층조사입니다. 아래 열 가지에 해당하는 농지 약 78만ha가 대상입니다(농지 전수조사 시행지침).
- 서울·인천·경기에 있는 농지 전부
-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의 농지
- 경매로 취득한 농지
- 농업법인이 가진 농지
- 외국인·외국국적동포가 가진 농지
- 최근 10년 안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농지
- 최근 10년 안에 농지가 있는 시·군·구 밖에 사는 사람이 가진 농지
- 최근 10년 안에 여러 사람이 지분으로 함께 취득한 농지
- 최근 10년 안에 농지이용실태조사에서 적발된 농지
- 기본조사에서 위반이 의심된 농지
현장조사는 공무원과 조사원이 직접 가서 보고, 드나들기 어려운 곳은 드론·위성사진으로 봅니다. 빌려준 땅인지는 현장에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이어지는 보완조사에서 소유자가 서류로 입증하고, 마을 주민 문답·탐문도 함께 씁니다. 처분의무 부과 같은 행정처분은 조사를 마친 뒤 2027년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9월 10일 고령 농업인의 휴경이나 관행적인 농지 이용 같은 경미한 위반은 처벌보다 계도와 양성화로 다룬다고 밝혔습니다(오마이뉴스). 7월 브리핑에서 예로 든 것은 몸이 불편해 어쩔 수 없이 묵힌 땅, 이웃 농가끼리 논을 바꿔 짓는 경우, 허가 없이 둔 농업용 간이 창고입니다. 이 방침은 법 조항이 아니라 정부 설명이므로, 그런 사정을 보여 줄 서류는 따로 챙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소유 사정별로 갈리는 기준
같은 ‘농사 안 짓는 땅’이라도 어떻게 갖게 됐는지에 따라 빌려줄 수 있는지가 다릅니다. 가운데 칸이 허용되는 방법이고, 오른쪽 칸에 해당하면 처분의무 사유가 됩니다.
| 어떻게 가졌나 | 직접 짓지 않을 때 허용되는 방법 | 처분의무로 이어지는 경우 |
|---|---|---|
| 상속 1만㎡ 이하 | 개인에게 빌려주거나 농지은행에 위탁 | 빌려주지도 위탁하지도 않고 정당한 사유 없이 묵힘 |
| 상속 1만㎡ 초과 | 1만㎡까지는 위와 같음 넘는 면적은 농지은행에 위탁한 기간에만 소유 가능 | 넘는 면적을 위탁하지 않음 (넘는 면적만 처분 대상) |
| 이농 오래 농사짓다 그만둔 사람 | 그만둘 당시 가진 농지에 상속과 같은 기준(1만㎡, 초과분 위탁) | 상속과 같음 |
| 주말·체험영농 세대 합산 1,000㎡ 미만 | 없음. 본인이 주말·체험영농에 써야 하고 임대·위탁 모두 불가 | 남에게 빌려주거나 경작하지 않음 |
| 직접 농사짓겠다고 취득 | 3년 이상 소유하면 농지은행 위탁 60세 이상이 5년 넘게 직접 지은 땅 임대 질병·징집·취학 등으로 일시 임대 | 위 경우가 아닌 개인 간 임대, 정당한 사유 없는 휴경 |
| 1996년 1월 1일 이전부터 소유 | 임대 가능 | 올해 조사 대상 아님 |
상속 농지의 1만㎡는 한 필지가 아니라 상속받은 농지를 모두 더한 면적이고, 농지은행에 위탁한 면적은 빼고 셉니다(농지법 제7조). 상속인이 1,000㎡ 이상 농사를 짓거나 1년에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면 조사 지침은 상한 위반으로 보지 않습니다. 다만 농업인인지 행정정보로 확인되지 않으면 일단 비농업인으로 분류되고, 이의는 청문 때 소명합니다.
60세 이상 임대는 사는 시·군이나 그와 붙은 시·군에 있는 농지에만 해당합니다. 일시 임대 사유에는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 3개월 이상 국외여행, 임신 중이거나 출산 후 6개월 미만인 경우도 들어갑니다(농지법 제23조, 시행령 제24조). 주말·체험영농 농지는 농지은행 임대수탁 대상에서도 빠지고, 1996년 이전부터 가진 농지는 임대가 허용됩니다(농식품부 농지제도 안내). 1996년 이후 소유권이 바뀌지 않은 농지는 내년에 조사하지만, 농식품부는 처분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실태 파악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묵힌 상속 농지가 처분의무 사유가 되는 규정(농지법 제10조 제1항 제4호의2)은 2022년 5월 18일부터 시행 중입니다. 빌려준 경우 말고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휴경은 자연재해, 농지 개량·영농 준비, 징집·소집, 질병·취학, 선거에 따른 공직 취임,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 생산 조정·출하 조절, 연작 피해 예방 등입니다(시행령 제9조).
5월 개정법의 ‘위탁 의무’, 이미 물려받은 땅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5월 7일 국회를 통과해 6월 16일 공포된 개정 농지법(법률 제21798호)은 상속·이농 농지의 1만㎡ 상한을 없애는 대신,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면적과 상관없이 한국농어촌공사 등에 위탁해 임대하도록 했습니다. 개인에게 직접 빌려주는 길은 이 조항에서 빠집니다(정책브리핑).
그런데 이 부분은 법 전체 시행일인 8월 28일이 아니라, 부칙 제1조 제3호에 따라 공포 후 2년이 지난 2028년 6월 17일에 시행됩니다. 부칙 제3조는 그 전에 상속·이농으로 농지를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 종전 규정을 적용한다고 정했습니다(농지법 제정·개정문). 지금 상속 농지를 가진 사람에게는 위 표의 기준이 계속 적용됩니다. ‘상속 농지는 무조건 농지은행에 맡겨야 한다’는 설명은 2028년 6월 17일 이후 상속분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8월 28일부터 바로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시장·군수·구청장의 처분명령이 ‘할 수 있다’에서 ‘하여야 한다’로 바뀌었고, 처분 대상 농지를 세대원·배우자·직계 존비속이나 본인이 대표인 법인에 넘기는 방법이 막혔습니다. 가족 명의로 옮겨 처분의무를 피하는 길은 이제 없습니다.
처분의무 통지를 받으면: 1년, 6개월, 그다음은 매년 25%
- 처분의무 통지: 사유가 생긴 날부터 1년 안에 처분해야 합니다. 시장·군수·구청장이 대상 농지와 기한을 적어 알립니다.
- 처분명령: 1년 안에 처분하지 않으면 6개월 안에 처분하라는 명령을 받습니다. 이때 한국농어촌공사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공사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사들이되 인근 실거래가가 더 낮으면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할 수 있습니다(농지법 제11조).
- 이행강제금: 명령을 지키지 않으면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를 처분할 때까지 해마다 한 번씩 냅니다(제63조).
1년 안에 처분하지 못했더라도 그 땅에서 직접 농사를 짓거나 한국농어촌공사와 매도위탁계약을 맺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처분명령을 3년 동안 미룰 수 있습니다. 유예 기간 동안 그 상태를 지키면 처분의무가 없어집니다(제12조). 8월 28일부터는 유예받은 사람이 계속 그 조건을 지키는지 매년 조사하도록 바뀌었습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해 둘 일
- 농지대장부터 뗍니다. 정부24에서 인증서로 신청하면 무료이고, 소유자와 임차인만 뗄 수 있습니다(방문 발급은 필지당 500원). 필지마다 자경인지 임대인지가 어떻게 올라가 있는지 봅니다. 기본조사는 이 기록이 농업경영체·직불금 정보와 맞는지로 판단했고, 자경도 임대차도 올라가 있지 않은 농지는 심층조사 대상입니다(정부24 농지대장 등본발급).
- 빌려준 땅은 계약서와 농지대장을 맞춥니다. 농지 임대차는 서면 계약이 원칙이고(제24조), 계약을 맺거나 바꾸거나 끝낸 날부터 60일 안에 농지 소재지 시·구·읍·면에 농지대장 변경을 신청해야 합니다(제49조의2). 말로만 빌려준 땅은 서류상 아무도 짓지 않는 땅처럼 보입니다.
- 상속 농지가 1만㎡를 넘으면 넘는 부분을 위탁합니다. 신청은 농지은행(1577-7770)에서 안내합니다. 임차인과의 계약 기간은 5~10년이고, 소유자에게는 임대료에 따른 수수료가 붙습니다(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안내).
- 묵히고 있다면 사유를 증빙하거나 방법을 바꿉니다. 질병이면 진단서처럼 정당한 사유를 보여 줄 서류를 모아 두고, 사유가 없다면 임대나 위탁으로 돌려야 처분의무를 피할 수 있습니다. 주말농장 땅은 임대가 막혀 있으므로 직접 경작하거나 처분을 검토해야 합니다.
- 보완조사에서 서류를 요청받으면 기한 안에 냅니다. 조사 지침은 임대차 계약서 외에 농작물재해보험, 비료·면세유 공급, 친환경 인증 기록으로 실제 경작을 확인합니다. 소명 자료가 확인되지 않으면 부적합으로 간주하는 항목이 있으니 요청받은 기한을 넘기지 마세요.
댓글